내가 강진 귀양지에 있을 때,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부쳐왔다.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 활옷이었다. 붉은 빛은 이미 씻겨 나갔고, 노란 빛도 엷어져서 글씨를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마침내 가위로 잘라 작은 첩을 만들어, 붓가는 대로 경계하는 말을 지어 두 아들에게 보냈다. 바라기는 훗날 이 글을 보면 감회가 일 것이고, 두 어버이의 아름다운 은택이 느꺼워 뭉클한 느낌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치야 미친다 발췌>
아내의 치마 귀양지에 가있는 남편에 병든 아내가 시집올 때 치마를 보내는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그 치마를 잘라 아들에게 경계하는 글을 쓰는 아비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글을 읽는 자식은 어떤 감동을 받았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나는 눈시울이 뜨겁다.
네가 양계를 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 진실로 농서를 숙독해서 빛깔에 따라 구분해 보기도 하고... 간혹 시를 지어 닭의 정경을 묘사해보도록 해라. 사물로 사물을 얹는 것 이것은 글 읽는 사람의 양계니라...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차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구나 <미쳐야 미친다 발췌>
격물치지 우리나라 최고의 천재이고, 최다작 작가라는 정약용이 아내의 치마에 써준 글이다. 귀양살이를 하는데, 아들 중 하나가 양계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모양이다. 담담하게 당부는 하지만, 천하의 정약용 자식이 양계를 한다니, 많이 속상했을 텐데... 글읽는 사람의 양계... 양계의 격물치지를 당부한다. 역시 장약용 답다. 모든 것을 격물치지의 입장에서 그 근본을 이해하고 정리하려던 그가 그 많은 작품을 남긴 건 당연한 것 같다. 자식이 격있게 양계를 하라고 당부하는 그 붓놀림이 눈에 선하다.
이건희 요즘 삼성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이건희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자식에서 거대기업 삼성을 물려 주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내 치마에 아비의 사랑을 담아 물려 주었다. 그 사랑이 200년이 지나도 생생하고 오히려 더 커진다. 사람은 죽어도 애절한 마음은 남는다. 다산의 사랑은 앞으로 200년이 더 지나도 우리 후대에게 감명을 줄 것이다. 위대한 기업가 이건희는 편법적인, 변칙적인 방법으로 부를 자식에세 물려주었다. 그 오명도 오래 갈 것이다. 당당하게 멋진 방법으로 상속을 했으면 얼마나 멋진가? 그 멋을 역사도 알아 줄 것이다. 요즘... 다산같이 큰 사람. 큰 아버지. 큰 스승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