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임당, 격물치지, 해동공자 우리집 식구들의 별명을 만들게 된 책입니다. '격물치지'의 개념이 너무 좋아, 평생 삶의 지표로 삼고자 하여, 유림 6권 중, 제일 먼저 격물치지편을 보게되었습니다. 최인호 선생이 각 권마다 부제를 붙였는데... 5권의 부제가 격물치지이고, 주로 율곡 이이의 이야기입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는 신사임당이고, 율곡이이를 중국에서 해동의 공자, 해동공자로고 했답니다. 그래서, 감히 우리 별명들을 정씨인 아내를 고려해서 정사임당, 공자님같은 사람되라고 아들을 해동공자로, 저는 그대로 격물치지라고 했습니다.
선비정신 지난해 부터 선비정신에 푹 빠져있습니다. 우리 선비들이 고루하고, 현실감각없고, 양반전에 나오는 퇴물 양반들 같은 사람들로 알았는데. 왕도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대망을 가지고, 노력하고 풍류와 호연지기를 알던 대장부들입니다.
퇴계와 율곡 우리나라 사상가 2명을 꼽으라면 두명 다 또는 적어도 둘 중에 한명은 꼭 뽑히는 대사상가들입니다. 그들이 동시대에 살았고, 그들이 만났습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스승으로 제자로 서로가 인정하고 도움을 줍니다. 최인호는 이런 표현을 합니다.
인류가 낳은 대성인이자 대사상가였던 공자와 노자의 만남이 세기적인 대사건이라면 철인이자 우리나라가 낳은 대사상가인 퇴계와 율곡의 만남 역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대사건인 것이다.
호연지기 한때 불교에 심취했던 율곡은 이런 시를 짓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만사가 하나이고 기가 웅대하면 우주도 좁도다.
우주가 좁다... 스무살 나이에 이런 호연지기를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9번 장원급제를 해서 구도장원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23세에 과거시험 답안(천도책)이 조선시대 최대의 명문장으로 꼽히는 천재 율곡에겐 그 천재성만큼 큰 호연지기가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만남
율곡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理)를 터득할 수 있겠습니다. (理는 쉽게 진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퇴계가 대답합니다. "그대가 어떻게 이를 깨칠 수 있느냐고 물었으니, 내가 대답하겠소. 그것은 바로 주일무적(主一無適)인 것이오." (주일무적은 마음이 한가지 일에 집중하여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율곡이 묻습니다. "마음이 주일무적하려면 몸은 어떻게 가져야 합니까?" 퇴계가 대답합니다. "마음이 주일무적하기 위해서는 오직 몸이 경(敬)에 머무르고 있어야 하오"
격물치지
'사물이나 현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탐구하여 나의 지식을 완전히 이룬다'는 뜻의 '격물치지'에서 '격물'은 '사물에 나아간다'는 뜻이고, '치지'는 '앎을 완성한다'는 뜻인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주자는 '격물'에 이르기 위해서는 '거경(居敬)'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치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궁리(窮理)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사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철저히 궁구하여 그 극처에 다다르게 되면 궁극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천하의 이치와 활연관통(豁然貫通)하게 됨으로써 그렇게 되면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심지를 밝힐 수 있고, 그 작용에 의해 정심을 이룰 수 있다.
어느 책이 퇴계와 율곡의 만남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책이 격물치지와 거경궁리를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제1조 입지(立志) 먼저 마땅히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털 한 오라기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의 일은 아직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제2조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으니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3조 정심(定心) 오랫동안 놓아둔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여 힘을 얻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제4조 근독(謹獨)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삼가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 함이 없다면 나쁜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제5조 독서(讀書)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하여,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읽는다.
제6조 소제욕심(掃除慾心) 일을 처리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다.
제7조 진성(盡誠) 무릇 일이 나에게 이르렀을 때, 만약 해야 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 피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제8조 정의지심(正義之心) 한가지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제9조 감화(感化)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악행을 가해오면, 나는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깊이 반성해야 하며 그를 감화시키려고 해야 한다.
제10조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비스듬히 기대서도 안된다.
제11조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를 하는 일은 늦추어서도 안 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 유림 제5권 격물치지편에서
스물한살 청년 율곡의 자경문을 읽으며, 새해 출장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우리에겐 플랭클린 13덕목에 못지 않은 자신을 경계하는 율곡의 자경문이 있다. 우리의 선비들 알고 보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