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6시에 유로스타로 파리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고, 마음이 바쁘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원데이패스를 끊는데 2종류가 있다. 지하철을 오전 시간 관계없이 이용하는 것과 피크타임을 피해서 이용하는 두 종류가 있다. 가격은 1유로 정도 피크타임을 피하는 티켓이 싸다. 버스는 아무시간이나 가능하니, 오프피크를 사서 버스를 탔다.
그 때 생각했어야 했다. 월요일 출근길 런던 중심가는 차가 많이 막혔다. 대영박물관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차가 막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좀 비싼 티켓을 사고 지하철로 갔어야 하는데… ‘오늘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자연사박물관을 봐야 하는데…’ 맘이 급하다. 식은 땀이 난다. 한 순간 미스로 런던의 마지막 하루를 망칠 위기다.
버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내려서 카페 네로에서 커피한잔 마시고… 정신없이 굴다가 정사임당과 가벼운 말다툼도 했다. 비도 오락가락한다. 지하철을 타고 대영박물관이 있는 Holborn역에 내렸다. 마음이 급하니 길도 어렵게 찾고… 박물관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었다. 겉보기에는 명성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따뜻한 해가 났다. 안에 들어가니 채광이 잘 되어 있어 넓고 밝은 실내가 인상적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집트관으로 갔다. 평소 이집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내게는 모두가 보물들 같은 유물들이고… 인류의 보물들이다. 박물관 촬영이 허용되어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분이 좋다.
정신없이 로제타석 등 유명한 이집트 유물을 보았다. 마지막 날이라 마음이 바쁘다. 아직도 내셔널 갤러리, 자연사박물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유물들을 뒤로 하고 밖에 나왔다. 해가 있다. 배가 고프다. 근처 노점에서 핫도그를 사고, 아침에 산 샌드위치를 난간에 앉아 먹었다. 정말 런던에서는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서둘러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내셔럴갤러리에 도착한 것이 1시반이다. 한시간… 내셔럴갤러리는 대영박물관과 달리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여기 저기 명화들 앞에서 잠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내셔럴갤러리의 꽃…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 섰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고흐의 영혼을 이해하고 있다.
해동공자의 천국 햄리스를 충분히 보고, 우린 런던아이를 보기 위해 워터루 역에 왔다. 런던 아이는 9시반으로 예약을 했고 우리는 7시반쯤 워터루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서 런던아이와 런던의 야경이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와 맥주를 한잔하자는 생각이다.
런던아이 근처에 가보니, 식당이 별로 없다. 정사임당, 해동공자를 벤치에 앉히고 뛰어다니며 식당을 찾았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식당이 닫았다. 일단, 강변 식사는 포기… 워터루 역쪽으로 다시 걸어나오며 식사와 술을 파는 멋진 식당들에 들어갔다. 그런데… 저녁시간에는 식사가 되지 않는다는 식당, 6시 이후에는 아이의 출입이 금지된다는 식당… 이제는 근사한 식사는 고사하고… 식사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면 찾은 식당은 인도식당으로 테이크 아웃 겸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당연히 맥주도 없고… 그래도 시장이 반찬인지 잘 먹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8시반쯤이다.
해동공자는 고된 일정과 시차로 벌써 눈이 감겨간다. 이렇다간 그토록 어렵게 예약하고, 런던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했던 런던아이에서 해동공자는 숙면을 하게 생겼다. 다행이 런던아이 근터에 어린이 놀이터에 풀어 놓았더니 정글짐도 올라가고, 인도 친구도 하나 사귀어서 잘 논다. 어쩌면 해동공자는 여기 저기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제임스파크 잔디에서 뒹굴고, 런던탑에서 새 쫓고, 햄리스에서 장남감 구경하고, 런던아이 놀이터에서 노는게 더 즐거운 것 같다.
아무튼 다행이다.
런던아이에 올랐다. 정말로 크고 웅장한 관람차다. 각 차량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크기가 커서 많은 사람들이 탔고 유리도 특수 유리인지 혹시 유리가 없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투명하다. 세계 최대의 관람차에서 템즈강과 빅벤 및 국회의사당을 내려다 보는 기분 좋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싶을 정도로 높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런던아이의 최고 높이는 135미터이고, 빅벤은 95미터라고 하니 빅벤을 내려다 보는 풍경을 잘 찍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닌가 싶다.
밤이 늦었다.
워터루 역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을 닫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데 골목에서 검은 사람들이 나를 부르기도 한다. 참… 오가다가 해머스미스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어렵게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탔다. 해동공자는 취침…. 해머스미스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해동공자를 안고 왔다. 그렇게 런던의 2일째가 지났다.
일요일... 강변 스테이크집은 고사하고 역근처 인도식당에서 한끼...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잘 먹었다. 지금보니 더 먹고 싶네.
해동공자... 놀이터에 와서야 얼굴이 좋아진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논다.
정말 그 규모라는 건...
관람차 한 량이 차가 들어가도 충분할 크기이다.
런던아이 야경... 포도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
굽이 쳐 흐르는 템즈강... 밤이 더 멋지다.
런던 야경의 핵심, 고갱이... 말이 필요없다.
런던아이에서 내려와 셋이 사진찍다. 지금 보니 정말 행복한... 그런 사진 한장만 남아도 후회없다. 그 지출들이... ^^;
버킹엄 근위대 교대식은 런던 여행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코스다. 간단한 브런치를 먹고 힘들 낸 우리는 버킹엄까지 걸어갔다. 해가 반짝 난다. 비가 오다, 해가 나고, 비가 오다, 해가 나고 반복이다.
런던에 관광 온 모든 사람이 이 곳에 있는 것 같다. 근위대의 밴드 소리도 신난다. 분수대 위 난간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다가… 근위대와 밴드가 교대식을 하러 호스가든으로 향할 때는 제대로 보았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아예 호스가든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렇게 버킹엄 교대식도 보았다. 원래 계획은 제임스파크에서 핫도그, 커피를 사서 테이크어웨이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미 브런치를 먹고, 바람이 하도 불어서 식사 때가 되었어도 테이크어웨이 점심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제임스파크는 정말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오대산의 가장 울창한 나무들을 서울 한복판에 옮겨 놓은 것 같다. 왕실의 궁전이라 그런지… 몇 백년을 잘 가꾼 나무들이 정말 크고 울창하다. 눈 부시게 푸르다. 새도 많고… 라이언킹 예약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 공원을 한가로이 걸었다.
해동공자는 신났다. 비둘기 쫓고 나뭇가지 여기저기 던지며 즐거워 한다. 해동공자는 사실 버킹엄 교대식보다는 제임스파크에서 비둘기랑 노는 게 훨씬 신나 보인다. ‘이제 칠년을 혼자 놀아서 그런지 어디가도 혼자서도 잘 논다. 한두살 어린 동생 하나 있었으면 더 잘 놀았을텐데… 좀 안스럽기도 하다.’
당초 계획은 너무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애쓰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기분 나는 대로 돌아다니려 했지만 막상 와보니 잘 안된다. 하루에 들어가는 돈을 따지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계산하면 정말 한 시간이 얼마인가? 아주 비싼 코엑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빨리 일을 보고 가야 하는 마음이다.
우리 마음은 비둘기 쫓기, 나뭇가지 던지기는 중앙공원, 율동공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런데 시간과 힘들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해동공자가 그런 맘을 알리 없다.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 다닌다. 마음 바쁜 우리 보다 신나게 노는 해동공자가 어쩌면 더 여행에는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