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6시에 유로스타로 파리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고, 마음이 바쁘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원데이패스를 끊는데 2종류가 있다. 지하철을 오전 시간 관계없이 이용하는 것과 피크타임을 피해서 이용하는 두 종류가 있다. 가격은 1유로 정도 피크타임을 피하는 티켓이 싸다. 버스는 아무시간이나 가능하니, 오프피크를 사서 버스를 탔다.
그 때 생각했어야 했다. 월요일 출근길 런던 중심가는 차가 많이 막혔다. 대영박물관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차가 막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좀 비싼 티켓을 사고 지하철로 갔어야 하는데… ‘오늘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자연사박물관을 봐야 하는데…’ 맘이 급하다. 식은 땀이 난다. 한 순간 미스로 런던의 마지막 하루를 망칠 위기다.
버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내려서 카페 네로에서 커피한잔 마시고… 정신없이 굴다가 정사임당과 가벼운 말다툼도 했다. 비도 오락가락한다. 지하철을 타고 대영박물관이 있는 Holborn역에 내렸다. 마음이 급하니 길도 어렵게 찾고… 박물관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었다. 겉보기에는 명성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따뜻한 해가 났다. 안에 들어가니 채광이 잘 되어 있어 넓고 밝은 실내가 인상적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집트관으로 갔다. 평소 이집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내게는 모두가 보물들 같은 유물들이고… 인류의 보물들이다. 박물관 촬영이 허용되어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분이 좋다.
정신없이 로제타석 등 유명한 이집트 유물을 보았다. 마지막 날이라 마음이 바쁘다. 아직도 내셔널 갤러리, 자연사박물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유물들을 뒤로 하고 밖에 나왔다. 해가 있다. 배가 고프다. 근처 노점에서 핫도그를 사고, 아침에 산 샌드위치를 난간에 앉아 먹었다. 정말 런던에서는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서둘러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내셔럴갤러리에 도착한 것이 1시반이다. 한시간… 내셔럴갤러리는 대영박물관과 달리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여기 저기 명화들 앞에서 잠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내셔럴갤러리의 꽃…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 섰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고흐의 영혼을 이해하고 있다.
해동공자의 천국 햄리스를 충분히 보고, 우린 런던아이를 보기 위해 워터루 역에 왔다. 런던 아이는 9시반으로 예약을 했고 우리는 7시반쯤 워터루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서 런던아이와 런던의 야경이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와 맥주를 한잔하자는 생각이다.
런던아이 근처에 가보니, 식당이 별로 없다. 정사임당, 해동공자를 벤치에 앉히고 뛰어다니며 식당을 찾았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식당이 닫았다. 일단, 강변 식사는 포기… 워터루 역쪽으로 다시 걸어나오며 식사와 술을 파는 멋진 식당들에 들어갔다. 그런데… 저녁시간에는 식사가 되지 않는다는 식당, 6시 이후에는 아이의 출입이 금지된다는 식당… 이제는 근사한 식사는 고사하고… 식사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면 찾은 식당은 인도식당으로 테이크 아웃 겸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당연히 맥주도 없고… 그래도 시장이 반찬인지 잘 먹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8시반쯤이다.
해동공자는 고된 일정과 시차로 벌써 눈이 감겨간다. 이렇다간 그토록 어렵게 예약하고, 런던여행의 하일라이트라고 생각했던 런던아이에서 해동공자는 숙면을 하게 생겼다. 다행이 런던아이 근터에 어린이 놀이터에 풀어 놓았더니 정글짐도 올라가고, 인도 친구도 하나 사귀어서 잘 논다. 어쩌면 해동공자는 여기 저기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제임스파크 잔디에서 뒹굴고, 런던탑에서 새 쫓고, 햄리스에서 장남감 구경하고, 런던아이 놀이터에서 노는게 더 즐거운 것 같다.
아무튼 다행이다.
런던아이에 올랐다. 정말로 크고 웅장한 관람차다. 각 차량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크기가 커서 많은 사람들이 탔고 유리도 특수 유리인지 혹시 유리가 없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투명하다. 세계 최대의 관람차에서 템즈강과 빅벤 및 국회의사당을 내려다 보는 기분 좋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싶을 정도로 높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런던아이의 최고 높이는 135미터이고, 빅벤은 95미터라고 하니 빅벤을 내려다 보는 풍경을 잘 찍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닌가 싶다.
밤이 늦었다.
워터루 역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을 닫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데 골목에서 검은 사람들이 나를 부르기도 한다. 참… 오가다가 해머스미스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어렵게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탔다. 해동공자는 취침…. 해머스미스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해동공자를 안고 왔다. 그렇게 런던의 2일째가 지났다.
일요일... 강변 스테이크집은 고사하고 역근처 인도식당에서 한끼...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잘 먹었다. 지금보니 더 먹고 싶네.
해동공자... 놀이터에 와서야 얼굴이 좋아진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논다.
정말 그 규모라는 건...
관람차 한 량이 차가 들어가도 충분할 크기이다.
런던아이 야경... 포도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
굽이 쳐 흐르는 템즈강... 밤이 더 멋지다.
런던 야경의 핵심, 고갱이... 말이 필요없다.
런던아이에서 내려와 셋이 사진찍다. 지금 보니 정말 행복한... 그런 사진 한장만 남아도 후회없다. 그 지출들이... ^^;
런던, 파리, 로마 여행을 계획하며 해동공자가 가장 많이 들먹인 곳은 에펠탑도, 개선문도, 타워브리지도, 빅벤도 아니었다. 바로 햄리스… 세계 최대의 완구점 햄리스는 우리 가족의 가장 중요한 방문지 중 하나였다.
런던 두번째 날도 내내 “언제 햄리스가? 햄리스는 어디야?”는 질문을 반복한다. 이번 여행 내내 정말 어려운 일정들인데… 우리가 과감히 햄리스를 크게 중히 다룬 것은 순전히 해동공자를 위한 배려이다.
리젠트 스트리트는 정말 멋진 거리이다. 하와이, 파리, 뮌헨, 두바이, 도쿄 등 명품거리를 다녀봤지만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은 그런 거리이다. 그 거리에 건물하나를 완전히 완구점으로 쓴다니… 믿기지 않는다.
햄리스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강했다. 완전히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다. 1층부터 비행기는 날아다니고 여기저기서 자동차 끼리 부딪히고… 커다란 풍선원반을 던지고 날리고… 정말 난리이다. 빨강, 파랑, 노랑색 캔디들, 젤리들, 아이스크림들… 빨간색이 상징인 햄리스의 빨간 매장에 전세계에서 온 아이들 천지이다.
오늘 마지막 일정은 런던아이로 밤9시반으로 예약을 해서 여유가 있었다. 해동공자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다. 1층부터 5층까지 전 층을 돌아다니며 신나한다. 장난감 하나 사주겠다고 하고 골라보라고 하니… 그 때부터 안절부절이다.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인 것 같다. 맨 윗층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좀 쉬었다.
우리는 오직 햄리스에서만 살 수 있는 장난감을 사는 것이 좋다고 권유를 했고, 해동공자는 트랜스포머를 사겠다고 고집이다. 트랜스포머는 광주 한토이가 더 쌀 것 같은데… 그래도 해공공자의 뜻에 따라 옵티머스 프라임을 샀다.
햄리스는 정말 어린이에게는 꿈만 같은 곳이다. 빨갛고 하얀 색 햄리스 깃발은 그 이미지 자체로도 가슴이 뛰게 만든다. 최고의 명품 번화가에 어린이를 위한 장남감 천국이 있고, 그 가게가 수익성 있게 운영되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이제는 런던아이로 가야 한다.
그 명품거리 한복판에 이런 장난감가게가 전층으로 자리를 잡다니... 참 런던아이들은 행복합니다. ^
길이 또 힘들어졌다. RV-1이 당연히 런던탑 정문에서 서는 줄 알았는데, 타워브리지나 런던타워 앞에서만 선다고 한다. 양쪽 다 20분은 걸어야 한다. 전철역은 가깝고… 정사임당은 타워브릿지로 가자고 했는데, 내가 갔던 길 싫다고 해서 정문으로 갔다가 낭패다. 원래는 테이트모던에 가기로 했는데… 답이 안나온다.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서 급히 세인트폴 먼저 가자고 길을 나섰다. 런던탑에서 세인트폴까지 전철정거장은 몇 정거장 되지 않는데 환승이 가관이다.
지하철 노선도에는 약간 특이하게 환승 표시되어 있었지만, 환승이 완전 역을 빠져나가서 다른 역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지하철 한정거장을 걸어서 다른 노선으로 탔다. 정사임당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폴 센드위치에서 간단히 아점을 먹은 뒤라… 배도 고프다. 날은 해가 나왔다가 다시 흐려지고, 바람도 거세다. 그렇게 세인트폴에 도착을 했다.
세인트폴에 대한 기대가 커서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오늘 하루종일 꼬인 일정 탓에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겉에서 보고 살짝 안쪽을 들여다 보고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낮이 되니까 더 졸려오고… 테이트모던을 가기 위해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넜다. 최근에 만든 엣지있는 인도교이다. 원래는 테이트모던에서 세인트폴을 향해 걷는 것을 추천했는데… 우린 반대다.
그렇게 테이트모던에 도착했다. 워낙에 큰 규모에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할지 몰라. 한층정도 돌아보았다. 1~2시간에 볼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 아니다. 1층 큰 공터에서 해동공자 신나게 뛰어다닌다. 그래도 놈이라고 잘 노니 다행이다. 배고파서 커피에 샌드위치를 먹었다. 계속 식사는 부실하다.
식사를 하고 테이트모던 전망대에서 템즈강을 내려다 보니. 시원하다. 강과 문화 생활, 현대와 과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벌써 지쳐버렸다. 그래도 오늘 해동공자가 고대하는 햄리스와 예약하는데 며칠이나 고생한 런던아이 일정이 남아있다.
테이트모던에서 나와 RV-1을 타고 코벤트 가든으로 갔다. 버스타고 전철타는 게 싫어서 햄리스를 걸어갈 방법을 찾았지만 쉽지 않다. 길을 묻고 묻고 하다가 다시 전철을 타고 피카딜리서커스로 갔다. 많이 지나쳐 왔지만 내리기는 처음이다. 갈 길이 바빠 광장에서는 잠시 기념 촬영만 하고… 리젠트 스트리트를 거쳐 햄리스로 향한다.
리전트 스트리트는 정말 특이한 거리다. 아마 내가 본 가장 특이한 거리 중 하나일 것 같다. 길이 아치형으로 휘어있고, 건물도 아치형으로 휘게 건축이 되었다. 그 큰 거리에 화려한 명품 샵들이 늘어서 있다. 파리의 샹제리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인 거리이다. 그 거리에 세계최대의 완구점 햄리스가 있다.
너무 힘들게 도착해서 기운이 다 빠진 세인트 폴 성당 앞...
유럽 어디나 건물 앞 계단은 시민들의 휴식터다. 사실 시간만 있으면 종일 앉아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놀다가고 싶다.
7월 20일이다. 어김없이 해동공자는 5시쯤 일어났다. 일찍 일어났지만 할 일은 별로 없다. 이리 저리 TV를 보다가, 까칠한 아침을 먹고 터미널로 갔다. 타워브리지로 갈 예정으로 버스편을 알아 보니, Direct로 가는 편이 없다. 워터루에서 RV1이라 버스편을 타야했다. 워털루로 가는 버스 중 우리가 주로 가던 길이 아닌 첼시를 거치는 211번 버스가 있어 그 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기분 좋게 버스를 탔다. 월요일 오전이다. 차가 밀리는 곳도 있고, 버스가 지선이라서 이곳 저곳 들르는 곳이 많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첼시도 이렇게 보고 좋네”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식구들 얼굴이 좋지 않다. 211은 나의 아이디어다. 그렇게 1시간을 버스를 탔다. 그리고 RV1을 타는 곳을 찾고… RV1을 타고 또 20분가량을 갔다. 그렇게 타워브리지에 9시 50분쯤 도착했다. RV1에서 해동공자가 잠들었다. 놈을 안고 내렸다. 강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해동공자는 걷기도 힘들게 지쳤나 보다.
타워브리지를 올라가기 보다는 런던탑에 가자고 결정을 했다. 시간이 지연되어 또 맘이 바쁘다. 타워브리지에서 보는 런던탑은 금방 입장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표사는 곳은 500미터를 더 가라고 하여 뛰어 갔더니… 줄이 장사진이다. 30분을 땡볕에서 기다려 표를 끊었다. 11시가 다 되었다. 날은 뜨겁다. 11시가 되니 밥먹기가 애매하다. 프랑스 샌드위치 전문점 폴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긴 줄을 서서 런던타워에 들어갔다.
먼저 보석의 방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다이아몬드를 구경했다. 그리곤 헨리 8세 특별전을 향했다. 헨리8세가 완전히 갑옷으로 무장했다는 주제로 중세기사들의 갑옷, 갑옷을 입고 싸우는 Simulation 동영상 등이 있었는데… 해동공자가 무척 좋아한다. 힘들게 들어온 보람이 있다. 그런데 오늘 계획한 수 많은 곳들은 어떻게 할 건지…
전시장에서 밖으로 나왔다. 일단 아무데나 주저앉아서 쉬었다. 쉬고 있으니 골프장 그린처럼 잘 관리된 잔디밭의 푸른 빛이 좋다. 어디서 까마귀 하나가 날라왔는데, 정사임당 카메라를 들고 뛴다. 유명한 까마귀라는 거다. 까마귀가 유명하다? 나중에 사연을 들어보니 런던타워를 지키는 오래된 까마귀 무리들이 있고, 그 무리들은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고, 어디 다른 곳으로 날아 가지도 않아. 런던타워의 수호신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아무도 안 들어가는 까마귀를 위한 벤치만 있는 잔디밭에 해동공자가 종군기자처럼 뛰어들어가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 때 잔디밭 지기가 다가와서 강력하게 경고를 한다. 그렇게 신성시 하는 줄 알았다면 말렸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날은 무척 덥다. 그렇게 런던탑을 나왔다.
따뜻한 햇빛 쬐며 즐거운 배회를 끝내고, 라이언킹 극장으로 향했다. 구름이 끼고, 바람이 거세다. 정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해뜨고, 비 뿌리고, 해뜨고 비 뿌리고… 바람은 계속 불고… 정말 즐거운 얼굴로 나올 줄 알았던 해동공자 얼굴이 좋지 않다. 뮤지컬은 1부만 보고 2부내내 자다가 나왔다고 한다. 하긴 지금은 한국시간 새벽이 아닌가?
시차로 모두 정신이 없다. 게다가 바람이 너무 쎄서 해동공자는 똑바로 서서 걷지도 못한다. 계속 춥다고 하소연이다. ‘아차 이러다가 여행이고 뭐고 애 잡겠다.’ 해동공자를 안았다. 그리고 당장 옷을 사러 다녔다. 런던에서만 살 수 있는 멋진 런던 상징이 있는 옷을 찾았는데… 일요일 오후라 모든 상점이 다 빨리 문을 닫았다. 큰일이다. 아까 보았던 디즈니 상점으로 가서 급하게 옷을 샀다. 해동공자를 한시간도 넘게 안고 다닌 것 같다. 땀범벅에 바람이 부니… 나도 춥다.
여행전에 생각했던 샷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때는 이런 열악한 날씨, 시차, 피로감 등이 하나도 고려되지 않은 천국의 모습들이었는데, 현실은 아니다. 근사하게 식사해야지 하고 적어온 식당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해도 찾아지지가 않는다. 아점 이후로 굶은 우리들은 춥고, 배고프고, 피곤하고 삼중고다.
원래 파리에서 한번 가보기로 한, 벨고라는 벨기에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유명한 이름값을 해서 사람들은 많았다. 킹콩만한 웨이터가 불친절하게 주문을 받는다. 매콤한 홍합과 오리고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홍합은 따뜻한 치즈 스프가 국물이었고 약간의 고추가 들어 있는 것뿐이었다. 매콤한 고추 홍합을 기대했던 정사임당은 얼마 먹지도 않았다. 그 유명한 벨기에 맥주도 어디서 잘못시켰는지 별로다.
해동공자는 졸려서 거의 졸면서 먹었고, 정사임당은 별맛 없다며 즐겁게 먹지 못했다. 첫날 첫 디너도 그렇게 갔다. 힘든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고, 우린 근처 편의점에서 산 맥주 한잔 먹고 잤다. 아~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구나.
코벤트 가든역에 내렸다. M&S에 가서 물부터 샀다. 아점을 먹어서 밥을 먹기는 좀 애매한 시간이다. 라이언킹 공연은 3시 시작이다. 우리는 1시반쯤 코벤트 가든역에 내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 천지다. 꼭 우리나라의 명동이나 종로에 나온 것 같다. 하도 추워서 근처에 옷을 좀 보러다녔지만 마땅치 않다.
코벤트 가든 시장쪽으로 가다보니, 온통 재미있는 퍼포먼스다. 털복숭이, 중세기사, 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동전을 주면 사진을 찍어준다. 제임스 파크에서 신나게 놀던 해동공자 전철타서 지치고, 추워 힘들고... 얼굴이 때꾼하다가 퍼포먼스를 보며 즐거워 한다. 동전을 줘가며 몇몇 퍼포머와 사진을 찍었다.
라이언킹을 한국에서 예약했다. 3명이 좀 싼거로 볼거냐, 정사임당, 해동공자만 좋은 자리로 볼꺼냐를 생각하다. 후자로 정했다. 나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다. 2시반에 우리는 헤어졌다. 5시반에 극장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딜갈까 이 귀한 시간에… 먼저 코벤트 가든 시장에 들어가 보았다. 이것 저것 구경거리도 많은데, 혼자 다니니까 재미없다. 어디 앉아서 커피나 먹을까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하며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기념품점에서 빅벤하나 사고… 하염없이 걸었다. 힘들다.
어디를 가야지 하고 교통박물관에도 가봤는데… 해동공자가 볼 내용이지. 내가 볼거는 아니고… 좀 답답했다. 맥주도 먹고 싶은데… 가족들 챙길 생각하니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가이드북을 보다가 서머싯 하우스도 볼 겸 템즈강변으로 나왔다. 서머싯 하우스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개방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강으로 나오길 잘했다. 시원하다. 바람… 엄청난 바람이다. 시원했다. 흙빛 템즈강도 자주 보니 정이 간다. 그렇게 강을 건넜다. 워터루브리지를 건넜다. 멀리 동그란 아이맥스 영화관도 보이고, 공연장, 미술관들이 있다. 내셔널 시어터, 퀸핼리자베스 홀, 헤이워드 갤러리 들이다. 강변에 벤치들도 많고, 카페도 있다.
한바퀴 돌다가 맘에 드는 자리가 있어, 커피한잔을 했다. 에스프레소 더블… 사실 커피를 혼자 사서 먹은 건 처음인 거 같다. 자판기나 편의점에서는 많이 먹었지만… 그렇게 커피한잔하며 메모지도 꺼내서 몇자 적어 보며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강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주말 강가에 나온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다.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생김새도 다 다른 인종전시장 같다. 어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어떤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어떤 사람들은 낮잠을 자며, 수다떨고, 어깨동무하고, 하냥 강을 보며 제 각각의 시간속에서 제 각각 행복하다.
퀸엘리자베스 홀에서는 간단한 아카펠라 무료공연이 있었다. 부러웠다. 우리나라 예술의전당, 성남아트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강가 제일 좋은 자리에 공연장, 미술관 들을 만들어 놓고, 무료 전시, 무료 공연을 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가족과의 약속 장소로 갔다. 그렇게 나의 배회는 끝났다. 자유보다는 좀 외로웠다. 그래 우리는 하나다.
버킹엄 근위대 교대식은 런던 여행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코스다. 간단한 브런치를 먹고 힘들 낸 우리는 버킹엄까지 걸어갔다. 해가 반짝 난다. 비가 오다, 해가 나고, 비가 오다, 해가 나고 반복이다.
런던에 관광 온 모든 사람이 이 곳에 있는 것 같다. 근위대의 밴드 소리도 신난다. 분수대 위 난간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다가… 근위대와 밴드가 교대식을 하러 호스가든으로 향할 때는 제대로 보았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아예 호스가든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렇게 버킹엄 교대식도 보았다. 원래 계획은 제임스파크에서 핫도그, 커피를 사서 테이크어웨이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미 브런치를 먹고, 바람이 하도 불어서 식사 때가 되었어도 테이크어웨이 점심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제임스파크는 정말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오대산의 가장 울창한 나무들을 서울 한복판에 옮겨 놓은 것 같다. 왕실의 궁전이라 그런지… 몇 백년을 잘 가꾼 나무들이 정말 크고 울창하다. 눈 부시게 푸르다. 새도 많고… 라이언킹 예약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 공원을 한가로이 걸었다.
해동공자는 신났다. 비둘기 쫓고 나뭇가지 여기저기 던지며 즐거워 한다. 해동공자는 사실 버킹엄 교대식보다는 제임스파크에서 비둘기랑 노는 게 훨씬 신나 보인다. ‘이제 칠년을 혼자 놀아서 그런지 어디가도 혼자서도 잘 논다. 한두살 어린 동생 하나 있었으면 더 잘 놀았을텐데… 좀 안스럽기도 하다.’
당초 계획은 너무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애쓰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기분 나는 대로 돌아다니려 했지만 막상 와보니 잘 안된다. 하루에 들어가는 돈을 따지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계산하면 정말 한 시간이 얼마인가? 아주 비싼 코엑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빨리 일을 보고 가야 하는 마음이다.
우리 마음은 비둘기 쫓기, 나뭇가지 던지기는 중앙공원, 율동공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런데 시간과 힘들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해동공자가 그런 맘을 알리 없다.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 다닌다. 마음 바쁜 우리 보다 신나게 노는 해동공자가 어쩌면 더 여행에는 프로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빅벤까지는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다. 가는 길에 왕가의 말을 훈련하고 키우던 호스가든, 수상관저, 2차세계대전의 영웅 처칠의 지하벙커 작전캠프 캐비닛워룸을 들렀다. 호스가든에는 잠깐 들어가서 보고, 11시에 버킹엄 근위병교대식을 보려면 시간이 없어 정사임당 마음이 바쁘다. 해동공자는 천천히 길에서 놀며, 런던 돌맹이도 만지고, 런던 개미도 잡으러 다니고, 우리 계획은 안중에도 없다.
정사임당 해동공자에게 한번 호통을 친다. 해동공자는 노여운가 보다. 사진찍는 포즈도 싫은 기색이다. 호스가든 근위병과 찍은 완전 퉁명사진을 보며 우리는 여행내내 재미있어했다.
그날 그날 속터지는 일도 하루만 지나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나 보다.
그렇게 한 30분을 걸어 드디어 빅벤에 도착했다. 사실 런던은 빅벤이다. 런던탑도 있고, 웨스트민스터도 있고, 세인트폴도 있지만... 런던의 상장은 빅벤아닌가? 빅벤과 국회의사당은 멋졌다. 우리 자위인지는 몰라도 해가 쨍쨍하지 않고 구름이 끼어 더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빅벤을 올라가볼까 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원래 개방을 하지 않는지...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빅벤 앞에서 웨스터민스터 브리지 앞에서 한참 사진을 찍는데... 그 바람이란... 정말 바람소리가 귀를 때릴 정도의 바람이다. 아침에 본 것 보다는 템즈강의 모습이 낫다.
빅벤은 시계주변이 금빛으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멋지다.
웨스트민스터 에비는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이라 미사 후에 개방을 하지 않는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슬슬 배가 고프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 싶더니 부슬 부슬 계속 비다. 어디 식당에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생각으로 웨스트민스터 에비에서 버킹엄 가는데... 온통 모든 식당이 다 문을 닫았다.
유럽에 일요일날 밥먹기 힘들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천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버킹엄가는 길에 모든 식당이 다 문을 닫을 줄이야. 춥고, 배고프고, 목도 마르고... 다행히 브런치를 하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다. 따뜻한 계란, 햄, 소시지가 정말 맛있었다. 살았다. 여행 중 많은 식사 중에서 가장 싸지만 가장 긴요하게 식사를 했고, 기억에 남는 식사다.
계획대로 착착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우린 밥도 먹었고 비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일단, 해머스미스 역으로 갔다. 역사 2층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저스트고에서도 추천한 9번 2층버스 코스로 가기로 했다. 2층버스... 사람이 없다. 여러 도시에서 2층버스를 타 보았지만 맨 앞자리에 타기는 처음이다. 날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맨 앞자리에서 해동공자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여기 저기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제 놀러온 것 같다. 9번 버스는 주요한 Attraction을 대부분 거치는 중요한 노선이다.
트라팔가 광장은 노선의 종점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길이 막히지 않는다. 앨버트홀, 하이드파크, 피카딜리 서커스를 지난다.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드디어 트라팔가 광장이다. 분수가 있고, 내셔널 갤러리가 보이고, 당시에는 몰랐던, 세인트마틴 교회가 있었다. 멀리는 빅밴이 보인다. 이제 런던에 온 기분이다.
일단 거대한 사자상이 눈에 띤다. 1.5미터 정도되는 난간을 올라가서 사자상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자상에 올라가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해동공자에게는 태권도를 시키고 동영상도 찍었다. 하늘은 계속 불안하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노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내셔널 갤러리는 아직 오픈전이고... 급하게 근처 교회 (세인트마틴)르로 들어갔다.
첫 날, 첫 장소에서 비라니... 그렇게 세인트마틴에서 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해가 뜬다. 해가 뜬 트라팔가를 보며 이제는 빅벤으로 가려고 하는데... 해동공자가 "아빠 잠깐만"하고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한다. "그래" 그런데 뛰는 모양이 가까운데 가는 모양이 아니다. 급하게 해동공자를 찾는데... 놈이 세인트마틴까지 길을 건너갔다가 오는게 아닌가? 교회 팜플렛을 가져오고 싶었나 보다.
사실 해동공자는 아직 동네 슈퍼도 혼자 보내 본 적이 없는데... 런던 중심가 프라팔가 광장 중심에서 세인트 마틴까지 길 건너서 팜플렛 가져오고 길을 건너 오다니...더구나 런던은 차 방향도 반대라서 어른 들도 길건너기 힘든 곳이 아닌가? 그렇게 해동공자는 신났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나 보다.
첫 장소부터 해프닝 들이다. 비가 오다, 해가 뜨고... 해동공자는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이미 새벽일텐데… 이곳은 저녁 8시경이다. 공항도 이국적이다. 막상 출국 Gate를 통과하니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막막하다. 일단 사진 한두장 찍고, 물부터 샀다.
책에서 보거나 한국에서 계획할 때는 착착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막상 도착하니 어디로 가야 Underground(지하철)로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작정 시내중심이라는 표지를 따라 가니 Express이다. 가격도 비싸고, Hammersmith에 가는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은 그 반대방향이었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갔다. 정신이 없다.
지하철을 탔다. 사람은 없었고 쓰레기만 잔뜩이다. 제대로 탔나 싶다. 그래도 안내방송은 나와서 다행이다. 그렇게 40분 정도… 수현은 오랜만에 전철을 타서 재미있나보다. 전철 손잡이를 잡고 뱅글 뱅글 돌기도 하고 즐거워한다. 엄마는 신종플루 걱정에 야단을 치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 Second 카메라가 된 자기 카메라로 창 밖 풍경을 찍는다고 까불기도 하고… 가끔 창밖의 풍경도 보며 Hammersmith에 도착했다.
밤이다. 역은 활발했다. 거의 현지시각 9시가 넘었지만 우리 초저녁 느낌이다. 날은 춥다. 길은 몇 개 연 술집과 대부분 닫은 슈퍼, 옷가게 들이다. 홀리데이인에 도착했다. 방은 깔끔하고 좋았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로비에 가니, 조그만 당구대가 있다. 수현이는 당구치고 싶다고 조른다.
아! 목도 마르고,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어디가서 기네스나 한잔하고 싶은데… 당구치는 팀을 기다리는데 여기저기서 많은 팀이 당구대로 몰려온다. 우리가 다음 순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팀이 지루하게 다 끝내고 우리와 몇 팀이 자기순서인 눈치다. 나는 우리가 첫순서고 10분대로 끝내겠다고 하고 큐대를 받았다.
그리곤 진땀을 흘리며 포켓볼 끝내고 밖에 나갔다. 밤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근처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물과 맥주 몇 병을 샀고, 요기도 하고 맥주도 할 겸 호텔건물의 바로 들어갔다. 바에 아이가 없다. 아무튼 기네스 생맥주 2개를 시켜서 먹었다. 안수현은 낯선 데서 엄마 아빠가 술마시는게 싫은지 투정이다. 거의 훌쩍이는 안수현의 등쌀에 쫓기듯 맥주를 마시고 올라왔다.
“아니! 예쁜 누나들이 하인들처럼 음식도 날라주고, 장난감도 주고, TV도 볼 수 있어 좋아!”
비행기 이착륙도, 사람 많은 것도, 때마다 스튜어디스가 먹을 거 챙겨주는 것도 다 좋은가 보다. 게다가 집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영화를 비행기에서는 ‘잘 본다’고 칭찬까지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2009년 7월 18일 1시 30분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다. 내일여행 런파로의 구조가 외국항공사를 이용하고, 직항이 아닌 Transit를 하게 되어 있다. KML을 타고 좌석에 앉는 순간 우리는 “아차!” 싶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없다. 난감했다. 안수현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비행기가 뜨고, 밥도 나오고 하니까 신난 것 같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세계인으로서의 중요한 소양은 가지고 있다.
그 많은 시간을 잠도 잤지만, 묵찌빠도 하고, 바보게임도 하며 (5를 말하며 세손가락을 내미는 바보 같은 게임) 함께 시간도 보냈고, 안수현은 혼자 진지하게 스케치도 했다.
갈 때는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런던으로, 올 때는 로마에서 암스테르담 들러서 인천으로 온다. 비행 시간만 적어도 26~7시간은 되는 것 같다. Transit 시간 공항 대기 시간을 합치면 비행에 쓰는 시간만 해도 약 35시간은 된다.
올 때는 39도를 오르내리는 열로 그 비행을 다 소화한 안수현… 비행기를 그나마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그렇게 비행기 좋아하는 아들이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 좋아하는 비행소년 우리 아들, 우리 가족 앞으로도 많은 비행을 했으면 좋겠다. ^^
전날까지 늦도록 일하고, 집에 와서 큰 가방에 짐을 잔뜩 담았다. 사실 7월 초에 출장이 있어서 유럽에서 7월 12일, 일요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주말없이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 출발이다.
놀러가는 길인데 어려운 출장길마냥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우리 식구들 다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을까? 암스테르담 거쳐 가면 15시간도 넘는 비행을 일곱살 아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시차는 어떻게 극복하지? 계획 당시는 멋진 장면들만 머리에 떠오르더니, 이제 실행을 하려니 난관들이 눈 앞에 선하다.
공항에 가서 수속을 하는데 출국심사 시스템이 다운되었다고 야단이다. 참… 별일도 다 있군. 면세점을 돌아다니는 정사임당 얼굴이 밝지 않다. 무슨 일이 있나… 김샐까봐 한참을 망설인 느낌의 정사임당이 입을 연다. “오늘 아침 신문에 런던이 신종플루 대 유행이라네!”, “요즘 해외여행 취소하는 집들이 많데…” 신종플루도 플루지만 떠나는 맘이 가볍지 않은게 더 걱정이다. 정사임당은 예민하다. “안수현! 아무데나 손대지마!”
출발길이 좀 어수선하다. 우리 가족 분위기도… 야단 맞은 안수현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새로 산 카메라도 생각만큼 사진이 좋지 않다… 신종플루는 좀 마음이 계속 간다…
2터미널로 가는 전차에서 정사임당이 무언가 결심한듯 말한다. “가볍게 걸리구 온다고 생각하자. 더 변종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지 뭐!”
‘그래 나보다 낫다’ ‘역시 여장부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고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알고 대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결국 시원시원한 마음가짐이 유일한 해법일 때가 있다.
일곱살 아들과 지하철로 버스로 낯선 도시를 돌아다닐 생각은 사실 두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곤함 그 자체일 거다. 그동안 여행 계획은 팩키지들 쭈욱 비교해 보고, 몇 군데를 가는지, 가격은 어떤지 봐서, 많이 다니고 가격 싼 것을 고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유여행이 비싸다는 것은 워낙에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밥 사먹고, 교통비에, 입장료 생각하면 자유여행은 사실 경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작년에 팩키지로 시드니에 갔을 때 참 많은 곳을 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우리끼리 보낸 시간이었다. 밥 먹고, 남들 다 쇼핑하러 갔을 때 우리는 다른 장소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사진 찍고 1시간 가량 놀았다. 그 때 하늘이 가장 푸르렀고, 그 햇살이 제일 눈부셨다. 시간만 있었으면 그 해변에서 맥주라도 한잔 먹었어야 했는데…
우리가 있고 싶은 곳에서 좀 더 있고, 우리가 먹고 싶은 식당에서 먹고, 우리가 다니고 싶은 일정으로 다니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여행이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기고, 가장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성공이라면 우리 이번 여행은 실패다. 단연 실패다. 계획보다 많은 곳을 방문하지 못했다. 가이드가 있었으면 쓰지 않아도 될 많은 시간들을 헤매느라 허비했다.
그래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엉뚱한 노선 타서 시간 쓰다가 한바탕 싸우고,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식당들이 없어서 찾아 다니고, 비행기 놓칠 뻔해 안절부절 했던 그 순간이 그 “개고생”이 기억에 더 남는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기억들 만큼이나 “개고생”도 나름 추억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것 같다.
여행은 계획하고, 부딪히고, 고생하고, 싸우고, 또 화해하고, 나아가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그 과정인 것 같다. 하루에도 열번이 넘는 선택을 하며 논의하고, 후회하고, 다투고 그러다가 멋진 곳에 가면 또 다 풀리고… 그 선택들은 우리가 한 것이고, 우리가 만든 여행이다. 우리의 여행이다.
팩키지 여행이 호텔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는 것이라면 자유여행은 바닷가에 텐트치고 바다와 함께 자는 캠핑이다. TV 연속극 보다 내려다 보는 잠깐의 바다와 파도소리 듣고, 바람 맞으며, 날씨 걱정하며 몸으로 느끼는 바다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거리에서 만난 그 사람들이 바로 런던, 파리, 로마다. 그들과 함께 비좁은 지하철도 타고, 그들에게 길 묻고, 그들이 가는 슈퍼에서 맥주사고, 그들이 먹는 식당에서 밥 먹는게 런던, 파리, 로마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이다.
수현아! 네 나이에 한번에 3개의 국가를 여행할 기회는 좀처럼 쉽지 않다. 3개의 다른 국가를 여행하는 네게 아빠가 바라는 것을 몇자 적어 본다.
런던, 파리, 로마를 다니다 보면 바비 티처처럼 우리와 달리 생긴 사람들을 주로 보게 될 거다. 영국사람, 프랑스사람, 이태리사람은 서로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지. 하지만 쓰는 말이 틀리고, 생각하는 방식이 틀리고, 먹는 음식도 다 틀리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런던으로, 파리로, 로마로 다니면서 그들과 우리의 다른 점, 그들간의 서로 다른 점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차이점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네가 세 나라를 다니면서 각 나라의 차이점, 사람들의 차이점을 유심히 보길 바란다.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수 많은 것들이 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물을, 현상을 진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관찰력은 모든 탐구의 출발이다.
차이점의 배경, 그 원인에 대해 의문점을 가져보기 바란다.
차이는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눈으로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지. 가끔 신문에서 비슷한 그림 2개의 차이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차이를 발견하는 것 자체는 틀린 그림찾기의 정답을 알아낸 것 이상은 아니다. 그 차이가 있게 된 배경, 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보기 바란다. 물론 그 답을 여행 중에 다 얻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잘 관찰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그 해답을 여행 다녀와서, 아니면 네 인생을 통해 찾아 보기 바란다. 해답을 찾아 가는 과정에는 호기심과 그들 통해 얻어지는 지식이 있을 것이다.
차이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노력해 보기 바란다.
차이점을 잘 관찰하고, 그 원인이나 배경을 탐구하고, 그 차이점을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키워나갔으면 한다. 차이는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사를 지내며 묵념을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절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자체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니지 내가 절을 한다고 묵념하는 사람이 그르다고, 내가 묵념을 한다고 절하는 사람이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런던, 파리, 로마로 각각의 도시, 문화가 정말 세계 일류인 그 나라를 몸으로 겪으면서 한가지만 네가 배웠으면 좋겠다. “차이는 시비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언제든 차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하겠다.”
진정한 수용성은 그 사람의 크기이다. 어느 곳에 가서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들의 문화와 방식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네가 커 갔으면 좋겠다.
아빠가 예전에 크게 사랑하는 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지? 크게 사랑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는 것들을 크게 포용하는 맘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과 무시하는 것은 또 중요한 차이가 있다. 포용하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고, 이해는 대단한 관심이 필요하지. 즉 무관심과는 정반대이다. 관심에는 많은 애정이 필요하지. 애정을 가지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너와 다른 많은 환경들 사람들을 이해하고 맘으로 품었으면 한다.
광장 방문객을 조사한다는 것도 어렵고... 유료 미술관과 광장을 비교하는 것도 좀 말이 안됩니다.
거의 자국 중심의 리스트인 것 같습니다. ^^
Most visited attractions
Forbes Traveller released a ranking of the world's 50 most visited tourist attractions in 2007, including both international and domestic tourists.[11] The following are the Top 10 attractions, followed by some other famous sites included within the list of the 50 most visited:[12] It is noticeable that four out of the top five are in North America.
Most visited attractions by domestic and international tourists in 2007[11]
Top 10 ranking tourist attractions
한국에서 오후 8시에 출발해 홍콩에 밤 10시반에 도착하고 현지시각 밤 11시반에 출발해서 파리에 오전 6시 반에 도착합니다. 우리 시각으로 하면 오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비행입니다. 장장 17시간 비행인 셈이지요.
깜박 잠도 잤지만 지금 한국시각 오전11시라 그런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좀 달리 살아보려고 맥주도 안 마셨더니, 머리는 안 아퍼 좋은데 잠은 안 오는 군요. 그래도 누워있자고 3~4시간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다행이 옆에 자리가 공석이라 좀 편합니다.
이 시간이 또 언제 있을까 하는 조금은 조급한 맘이지요.
조바심…
현재에 충실하고, 매 순간을 진정으로 살아가고, 매 시간을 귀히 여기면서, 조바심도 성마름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쁜 마음에 이것 저것 생각하고, 급한 마음에 이 꾀, 저 꾀 짜내는 것과 느긋하게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시간을 귀히 여기고, 현재를 잘 사는 것일까요?
지리산을 종주한다고 하면,
1박 2일에 야간 산행까지 하며 지리산을 종주한 사람과
4박 5일 쉬엄 쉬엄 쉬고 싶은 곳에서 쉬고, 보고 싶은 곳에서 보고, 기분 나면 막걸리도 한잔하고, 졸리면 한잠 자고 간 사람은 누가 더 훌륭한가요? 앞 사람이 뒤 사람보다 3~4배 효율적으로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뒷 사람은 더 효과적인가요?
효율과 효과는 인생에 본질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은 어디 서 있습니까?
일사불란하게 천황봉 등정을 위한 지름길 위에서 다른 가족과의 경쟁에서 앞서가며, 첨단 GPS, 통신 장비를 갖추고 바쁘게 뛰어 가고 있나요? 좀 앞서가고 있나요?
아님 앞서 가는 가족들 뒤에서 투덜거리며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나요?
아님 우리 나름 바람 불 땐 바람 맞으며, 시내 나오면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그고, 가끔 야호도 하면서 장난치며 가고 있나요?
정말 인생에 목적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천황봉이라는 목적지가 있는 건지요? 아마 아닐 겁니다. 우리를 앞서간 그 많은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생산, 노동, 지배, 교화, 정치, 창조? 아닐 겁니다.
삶이란 어떤 목적일 수는 없을 겁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내 삶의 목적이 그럼 얼마입니까? 100억 인가요 아니면 1,000억,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삶은 살아가는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끝없이 알아가며 배워가며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삶입니다. 우리 가족이 남보다 앞서는지, 뒤서는지, 소득 상위 10%인지, 하위 30%인지,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분당 사는지, 인천 사는지, 아반떼 타는지, 제너시스 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즐거이 삶이라는 이 길 위에 서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과 나, 수현이가 이 길 위에 함께 걷고, 이 삶 위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 삶을 함께 기꺼이 즐기고, 우리의 추억을 함께 만들고,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것이면 됩니다. “함께”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함께 이 길 위에 서 있는 겁니다. 나만 봐서는 항상 이기심만 충만합니다. 내가 당신을 보며 사랑하는 마음,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가 문득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되고. 나와 당신을 똑 닮은 우리 아들의 그 눈, 그 감성으로 우리는 세상과 우리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겁니다. “함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들이지요.
우리는 각자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데 서로 길잡이가, 등대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런던으로, 파리로, 로마로 우리 삶의 박동을 듣기 위해, 우리 생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그 먼 곳까지 가야 했는지 모릅니다.
유럽의 정수, 유럽의 심장, 세상의 중심을 우리 식대로 우리 맘대로 쏘다니다 올겁니다.
이번 여행이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 추억의 밀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벌써부터 길 위에 뿌려질 “까르르”, “우 와”, “야~~”가 눈에 선하고 귀에 맴돕니다. 런던, 파리, 로마의 어느 골목길에서 문득 진정한 우리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100 Greatest Britons was broadcast in 2002 by the BBC. The programme was the result of a vote conducted to determine whom the United Kingdom public considers the greatest British people have been in history.
The resulting series, Great Britons, included individual programmes on the top ten, with viewers having further opportunities to vote after each programme. It concluded with a debate. All of the top 10 were deceased by the year of broadcast. The highest-ranked living person was Margaret Thatcher, who placed 16th.
Ringo Starr is the only member of The Beatles not on the list.
Due to the nature of the poll used to select and rank the Britons, the results do not pretend to be an objective assessment. They are as follows: (People marked (*) also appeared on the 100 Worst Britons list compiled by Channel 4.)
2007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세계 48위를 기록했다. 인구 4천만명 이상 나라들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면 8위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펴낸 ‘2009년 세계발전지수’를 한국은행이 정리해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7년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9730달러로, 비교대상 209개 나라 가운데 48위로 나타났다. 2006년 51위에서 3단계 올라선 순위다. 다만 한은이 지난 3월 발표한 ‘확정치’(2만2695달러)를 기준으로 한 실제 순위는 조금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각국의 2007년도 ‘잠정치’ 통계자료를 이용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아시아 주요 경쟁상대인 대만(1만7299달러)보다는 높지만 싱가포르(3만2340달러)와 홍콩(3만1560달러)에는 크게 못미친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리히텐슈타인(9만9159달러)이고, 버뮤다(8만4159달러)와 노르웨이(7만7370달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인구 4천만명이 넘는 주요 나라들만을 따로 추리면,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 8위에 해당한다. 이들 나라 가운데 미국(4만6040달러)의 소득 수준이 가장 높고, 영국(4만660달러)과 독일(3만8990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5위에 오른 일본(3만7790달러)의 소득 수준은 우리의 약 2배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4위였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2001년 12위에서 2002년과 2003년 11위로 올라섰지만, 2004년 12위, 2005년 13위로 내려앉은 뒤 2006년부터 2년 내리 14위에 머물고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