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눈을 붙였다.
몇시... 시계를 찾는데 옆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아빠" 새벽 4시다. 큰 일이다. 놈의 얼굴을 보니 완전 잠기운이 가셨다. 아직 정사임당은 새근 새근 자고 있다. 해동공자는 침대에서 침대로 펄쩍 펄쩍 뛰고 난리다. '조금이라도 숴라'고 했지만 들은체도 하지 않는다. 벌써 저러면 오늘 일정 소화 힘든데...
평소 TV는 구경도 못한 해동공자를 위해 TV를 틀어주었다. 그냥 저냥 본다. 몸은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갈 길도 멀다. TV를 보다가 어제 재미붙인 당구를 치자고 조른다. 옥신 각신하다가 조깅 간단히 하고 와서 당구치고 밥먹기로 했다. 주섬 주섬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춥다. 우리 날씨 10월 초는 되는 것 같다. 일요일 아침 6시다. 사람이 있을리 없다. 어디서 밤새 술마신 검은 사람들만 가끔 마주친다.
인터넷도 PC도 없어 주변 정보도 별로 없다. 해머스미스 역까지 뛰어갔다가 근처 유일한 볼거리 중 하나인 해머스미스 다리로 갔다. 템즈강이다. 물이 별로 없고, 물빛은 흙빛이다. 첫 인상이 썩 좋지는 않다. 간단히 돌고 들어와 해동공자와 7시부터 당구를 쳤다. 당구 25년 쳤지만 아침 7시에 치기는 처음이다. 일정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하다.
일요일 아침은 7시 반 제공이다. 눈 뜬지 세시간 반만의 식시다. '따뜻한 오믈렛에, 소시지, 햄, 맛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대했다. 막상 식당에 가니 있는게 별로 없다. 심지어 차가운 햄도 없다. 따뜻한 거라고는 토스터에 데운 빵과 커피 자판기... 계란도 햄도 소시지도 없다. 추운 날씨에 경직된 몸들을 따뜻한 음식으로 보충하려고 했는데... 거칠고 차갑운 음식 일색이다. '아! 이 아침을 두번이나 더 먹어야 한다니...'
식사 중 뉴스를 보니 신종플루 이야기에, 날씨는 비예보다. 가방에 우산두개 넣으니 무겁다. 찬 음식들에 속도 좋지 않다. 온통 나시에 반바지만 가져왔는데... 입을 옷도 마땅치 않다. 거리의 사람들은 전부다 가을 점버 차림이다.
잠 못 자 힘들고, 날씨 추워 긴장되고, 음식 거칠어 힘 안나고...
옷이라도 사입을라 치니... 일요일이라 모든 상점이 늦게 열거나, 닫았다.
흡사 신병교육대 들어가는 비장한 각오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