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늦도록 일하고, 집에 와서 큰 가방에 짐을 잔뜩 담았다. 사실 7월 초에 출장이 있어서 유럽에서 7월 12일, 일요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주말없이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 출발이다.
놀러가는 길인데 어려운 출장길마냥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우리 식구들 다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을까? 암스테르담 거쳐 가면 15시간도 넘는 비행을 일곱살 아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시차는 어떻게 극복하지? 계획 당시는 멋진 장면들만 머리에 떠오르더니, 이제 실행을 하려니 난관들이 눈 앞에 선하다.
공항에 가서 수속을 하는데 출국심사 시스템이 다운되었다고 야단이다. 참… 별일도 다 있군. 면세점을 돌아다니는 정사임당 얼굴이 밝지 않다. 무슨 일이 있나… 김샐까봐 한참을 망설인 느낌의 정사임당이 입을 연다. “오늘 아침 신문에 런던이 신종플루 대 유행이라네!”, “요즘 해외여행 취소하는 집들이 많데…” 신종플루도 플루지만 떠나는 맘이 가볍지 않은게 더 걱정이다. 정사임당은 예민하다. “안수현! 아무데나 손대지마!”
출발길이 좀 어수선하다. 우리 가족 분위기도… 야단 맞은 안수현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새로 산 카메라도 생각만큼 사진이 좋지 않다… 신종플루는 좀 마음이 계속 간다…
2터미널로 가는 전차에서 정사임당이 무언가 결심한듯 말한다. “가볍게 걸리구 온다고 생각하자. 더 변종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지 뭐!”
‘그래 나보다 낫다’ ‘역시 여장부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고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알고 대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결국 시원시원한 마음가짐이 유일한 해법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