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아들과 지하철로 버스로 낯선 도시를 돌아다닐 생각은 사실 두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곤함 그 자체일 거다. 그동안 여행 계획은 팩키지들 쭈욱 비교해 보고, 몇 군데를 가는지, 가격은 어떤지 봐서, 많이 다니고 가격 싼 것을 고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유여행이 비싸다는 것은 워낙에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밥 사먹고, 교통비에, 입장료 생각하면 자유여행은 사실 경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작년에 팩키지로 시드니에 갔을 때 참 많은 곳을 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우리끼리 보낸 시간이었다. 밥 먹고, 남들 다 쇼핑하러 갔을 때 우리는 다른 장소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사진 찍고 1시간 가량 놀았다. 그 때 하늘이 가장 푸르렀고, 그 햇살이 제일 눈부셨다. 시간만 있었으면 그 해변에서 맥주라도 한잔 먹었어야 했는데…
우리가 있고 싶은 곳에서 좀 더 있고, 우리가 먹고 싶은 식당에서 먹고, 우리가 다니고 싶은 일정으로 다니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여행이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기고, 가장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성공이라면 우리 이번 여행은 실패다. 단연 실패다. 계획보다 많은 곳을 방문하지 못했다. 가이드가 있었으면 쓰지 않아도 될 많은 시간들을 헤매느라 허비했다.
그래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엉뚱한 노선 타서 시간 쓰다가 한바탕 싸우고,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식당들이 없어서 찾아 다니고, 비행기 놓칠 뻔해 안절부절 했던 그 순간이 그 “개고생”이 기억에 더 남는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기억들 만큼이나 “개고생”도 나름 추억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것 같다.
여행은 계획하고, 부딪히고, 고생하고, 싸우고, 또 화해하고, 나아가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그 과정인 것 같다. 하루에도 열번이 넘는 선택을 하며 논의하고, 후회하고, 다투고 그러다가 멋진 곳에 가면 또 다 풀리고… 그 선택들은 우리가 한 것이고, 우리가 만든 여행이다. 우리의 여행이다.
팩키지 여행이 호텔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는 것이라면 자유여행은 바닷가에 텐트치고 바다와 함께 자는 캠핑이다. TV 연속극 보다 내려다 보는 잠깐의 바다와 파도소리 듣고, 바람 맞으며, 날씨 걱정하며 몸으로 느끼는 바다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거리에서 만난 그 사람들이 바로 런던, 파리, 로마다. 그들과 함께 비좁은 지하철도 타고, 그들에게 길 묻고, 그들이 가는 슈퍼에서 맥주사고, 그들이 먹는 식당에서 밥 먹는게 런던, 파리, 로마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