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으로 춘천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의암호 강변을 뛰며, 힘겹게 싸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제는 풀코스를 한번 경험한 지라, 올해는 당당하게 중앙일보 마라톤을 신청했습니다.
작년에 거의 6시간에 걸쳐 3시간은 뛰고 3시간은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5시간을 목표로 훈련계획을 잡았습니다. 그... 러... 나... 역시 계획은 계획일뿐...
10월 중순이 되도록 체중감량은 못했고, 중간중간 과음에, 요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회사의 복잡한 일들... 평일날 시간내기는 정말 힘들고... 주말도 가족과 보내느라, 저만의 훈련스케줄을 소화하기 힘들었습니다.
회사후배: 팀장님 포기하시죠?
정사임당: 여보, 잘 못하면 다리 나가버린다.
정사임당: 여보, 잘 못하면 다리 나가버린다.
주말에 한 번 시간내서 뛰어보아도... 5시간은 무리다 싶습니다. 그... 래... 서...
목표 수정, 최저의 스피드로 끝까지 걷지 말고 뛰자. 5K를 40분에, 그러면 40Km를 5시간 20분에 뛰고 좀 여유있게 가면 5시간 40분에 완주... 거의 완벽한 실행계획입니다.
출발점
출발점을 찾아 헤매이다가, 폭죽소리를 듣고 출발했습니다.
다들 헐레벌떡 열심히 뜁니다. 나를 휙휙 앞서가는 많은 실력자들과 그보다 더 많은 초보자들입니다.
속으로 "그런 속도로 얼마나 뛰나 보자"하며 천천히 여유있게 나만의 페이스로 달렸습니다.
서울 강남의 도로를 막고 점령하며 달리는 기분이란...
경찰차
주변의 앞서가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8K 쯤 갔을 때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니, 경찰차...
"이미 제한시간을 초과했습니다. 인도로 올라가세요"
(전경들에게) "야! 사람들 올려!"
"거기 걷는 아저씨들 뒤에 버스타고 오세요"
(전경들에게) "야! 사람들 올려!"
"거기 걷는 아저씨들 뒤에 버스타고 오세요"
하프까지 포함하면 거의 10번정도를 마라톤을 했는데. 이런 취급은 처음입니다.
8k부터 인도로 뛸 생각에...
차량통제가 되지 않으면 횡단보도에서 기다렸다가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5시간 맞추다가 정말 무릎 나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비타협
그렇게 경찰차, 대회운영차량 후미2호와 함께 30K까지 뛰었습니다.
뛰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 주로에 차들이 생생달리고... 25K부터는 대부분 사람들이 포기해서 앞으로 뒤로 뛰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에 올라타는 많은 러너들을 보며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절대 버스타지 않겠다는 서슬퍼런 각오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 경기 끝났어요! 버스타고 가세요!
이제 차 통제해서 길도 없어요!
난 나의 길을 간다. 넌 너의 길을 가라.
난 기록과 싸우는 것도, 순위와 싸우는 것도 아니다. 난 나와 싸우는 것이다.
이제 차 통제해서 길도 없어요!
난 나의 길을 간다. 넌 너의 길을 가라.
난 기록과 싸우는 것도, 순위와 싸우는 것도 아니다. 난 나와 싸우는 것이다.
포기없다.
30K가 지나자 이젠 급수대에 물도 없습니다. 운영요원들은 다들 짐 챙기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지!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5K쯤 왔는데... 아뿔사! 수서역에 왔는데... 고가로 가야 공식주로로 갈 수 밖에 없는 길이 나왔습니다. 같이 걷게 된 동지와 정말 오기 하나로 고가의 중앙선을 따라 걷고... 길 가다가 신호 걸리면 걷고... 계단은 힘들어서 무단횡단도 하며...
드디어
잠실 종합운동장에 들어왔습니다. 시계는 6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마라톤을 마치고 막걸리 한 잔한 아저씨들이 걸어오는 우리를 보며 박수를 치기도 하고, 트랙을 도는 데는 몇몇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춘천 때도 6시간에 들어왔지만 내 뒤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교통통제를 칼 같이한 서울깍쟁이 대회에는 내 뒤에 들어온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 피니쉬라인을 지날 때가 건타임으로 6시간... 대회관계자는 저를 마지막으로 시계를 내렸습니다. 중앙일보 마라톤 공식 꼴찌로 완주했습니다.
교통통제만 아니면 30분은 일찍 들어왔을텐데...
메달 받고, 트랙에 한번 누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전화 한통... 그 기분...
지금도 가슴뜁니다.
기록도 좋지 않고, 순위도 꼴찌지만 집에 가서 정사임당과 해동공자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난 포기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꼴찌의 가을전설은 깊어갔습니다.







